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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Movie

건축학개론, 과거로 떠나는 슬픈 판타지

by InvestorX 2013. 3. 15.


건축학개론, 과거로 떠나는 슬픈 판타지


영화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 숨쉬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서연이는 존재한다. 머리속에만 머물러 있던 사람이 많은 코드와 장면과 음악에서 살아 숨쉰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려면 여자친구와 같이 가지 말라는 말이 나왔던 것일까. 지난날의 세월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 숨쉰 모든 공간이 다 살아나게 만들어버린다. 마치 실제속에 존재하는 판타지랄까.


각각의 인물속에 녹아들어가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 남자주인공의 결혼할 여자, 남자주인공의 엄마의 입장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녀는 왜 그랬을까..?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만 그 당시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던 순간들.





꼭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라도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모든 대상들에 애정이 생기고 그와 더불어 그 시절의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나쁜말로 하자면 이 영화는 추억을 파는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은 예술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안에 있는 '감정'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건축학개론'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좋은 영화인 이유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 버릴요소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다 소중한 장면이며 연기가 어색하다거나 영화를 나타내주는 장치들이 꼭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추억에 빠져버릴 준비가 된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주는 것은 사실 참 어렵다. 그 역할을 한가인과 수지, 그리고 극단적으로 잘해낸 (이런 인간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캐릭터) 엄태웅이 있었다.  그리고 약방의 감초, 어뜩하지의 조정석덕분에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뻔한 스토리를 계속 이어시킬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수지를 보면서 그렇게 좋아라하는지, 왜 수지가 대세녀로 됐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런데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를 두 번 볼 자신은 없다. 추억을 회상하며 즐겁기보다는 뭔가 슬프고 아려한 구석이 더 많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