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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Movie

전설의 감독이 만들어 낸 '전설의 주먹', 하지만 따뜻한 주먹?

by InvestorX 2013. 4. 22.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와 현재의 시점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영화, 전설의 주먹. 유준상과 윤제문, 그리고 황정민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보증수표의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솔직히 비슷한 급의 외국영화와 한국영화가 있으면 두말없이 한국영화를 선택하는 편이니까. 굳이 스크린쿼터제를 둠으로써 한국영화를 발전시켜야한다는 그런 논리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 영화가 더 집중하기도 편하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력' '시나리오' '강렬함' 등이 갖추어진 영화의 유형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먹을 아마 가장 많이 휘두르는 영화이지만, 반면에 꽤 따뜻한 영화다.


"너희들은 내가 돈을 주고 저 링 위에 앉힌 사람들이야!" 라고 말하는 이요원조차도 어쩐지 따뜻함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배역을 아주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영화의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엑스트라들이 필요 이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여 스토리에 집중하기도 힘들었으며 빠른 전개도 아니며 링 위에서 계속 뭔가 진행되기만 하여 두서없기도 했다.





영화 리얼스틸의 한국판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섭하게 리얼스틸보다 더 멋들어지게 휘두르는 액션씬이 많았던 것 같다. 프로급의 권투 스윙에서 열나게 터지는 가 하면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거칠지만 앳되고 낭만과 순수함이 있었던 그 시절도 비춰준다.


허나 가만히 보다보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이야기가 결국은 '돈'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오랜만에 주먹을 다시 쓰기 시작한 황정민은 결국 돈 때문이었고, 윤제문이 나갔거나 보스의 부하 출연 역시 돈을 벌고 나아가 판돈을 키우기 위한 수작임에 지나지 않았음을.


돈이라는 것 가지고 얼마나 인간이 한 순간에 까딱할 사이에 많은 것들을 잃게 될 수도 있음을 뼈저리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 


돈이라는 것 때문에, 그리고 초반에 아주 불편하게 시작한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미소를 짓기 시작하더니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난 후 뭔가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터져나오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마 '전설의 주먹'은 그런 영화이지 싶다. 영화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말이다 ㅎㅎ


진짜 웃긴 건, 다 끝나고 나서 '강우석 감독 작품' 이라는 글자를 보고 나서이다.

감독이름을 보자 모든 것이 이해됐달까? 왜 저런 것일까? 왜 저런 배우를 썼을까? 왜 저런 느낌으로 마무리 했지? 등등..


p.s 재벌을 연기한 정웅인, 처음엔 진짜 어색하다 왜 하필 저런 느낌으로 분장을 했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와.. 진짜 오랜만에 명연기다. 주식으로 "아 오늘도 돈 20억 날렸네.." 라며 말을 하는 것 하며 술집에서 행패를 부린다던지, 자기 직원들을 마치 장난감 부리듯이 대하는 모든 것들이 모 회장님을 생각나게 한달까? ㅎㅎ 뭔가 시원했다.